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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베르나르 올리비에, 베네딕트 플라테 - 나는 걷는다 끝.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조각상은 성모마리아상인데, 금빛으로 빛나는 이 조각상은 다른 모든 조각상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전해지는 바로, 밀라노의 그 어떤 건물도 이 성모마리아상보다 높이 지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꽤 큰 두 회사가 술수를 써서 이 규칙을 위반했다. 회사 건물 지붕에 복제한 성모마리아상을 세운 것이다.

테디룽 : 법은 심각한 척 하지만 우습기도 합니다. 기꺼이 법을 어기고자 하는 자에게 법의 여신은 눈을 감습니다. 보통의 선한 사람들은 법을 바꾸려 하지만, 법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악인들은 법을 가지고 놉니다.


룸투리가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니콜라는 마당 한쪽에 만든 작은 공작실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기가 직접 만든 가마와 재활용한 세탁기 모터로 돌리는 꼬치 회전기를 보여주며 적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 역시 안 쓰는 세탁기 모터를 가져다 연장을 가는 회전식 연마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자신의 사물들에게 애정을 기울여 그것들이 제 2의 삶을 살도록 만드는 사람을 좋아한다.

테디룽 :저는 자신의 사물들에게 애정이 없습니다. 스스로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합니다. 자신의 사물들에게 제 2의 삶을 살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멋있나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나중에 베네딕트가 물었다.

"그런데 그때 왜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어오라고 한 거예요? 평소에는 안 그랬잖아요.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말고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두 사람 다 외다리가 될 필요는 없잖아?"

"뭐라고요? 아니, 그럼 당신 혼자 죽으려고 했던 거예요? 하지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고 약속했잖아요. 당신, 그 약속 잃어버리면 안 돼요."

사실 나는 그 약속을 잊고 있었다. 이제 다신 잊지 않을 거다.


태디룽 : 28살이나 차이나는 커플의 약속입니다. 남자는 일흔 다섯이다.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커플의 뜨거운 약속입니다. 


아이너니하게도 관대함과 유대감은 가난한 사람들과 유배당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우리 삶에 스며들도록 내버려두자.

테디룽 : 관대함과 유대감이 없다는 건 가난하지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적게 가지고 있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