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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서

닐 게이먼 - 멋지게 실수하라


아내랑 장거리 연애를 할 때 입니다. 버스를 타기 전에 항상 서점에 들렸습니다. 지갑 사정은 책 한 권 사는 것도 겁났지만 활자중독자라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읽을 만한 걸 찾아 헤매곤 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닐 게이먼의 <샌드맨> 첫번째 책인 <서곡과 야상곡>입니다. 홀리듯 집어들었다는게 맞는 말일 수 밖에 없는데 그 전에는 그래픽노블을 사 본적이 없습니다. 전체 이슈들을 모아서 내는 우리나라 그래픽노블은 보통 디럭스에디션일 경우가 많은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싸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비닐 포장으로 진열되기 때문에 대충 살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나는 닐 게이먼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었고, <샌드맨> 시리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책을 샀습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샌드맨>은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 책은 다 사 모았고, 닐 게이먼이 쓴 책은 소설이든, 동화든, 그림책이든, 사서 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저자 신간 등록을 해 놓고 닐 게이먼의 신작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닐 게이먼의 <멋지게 실수하라>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책입니다. 이 책을 만났다는 말이죠.

닐 게이먼의 <멋지게 실수하라>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가 그대로 적용되는 책입니다. 그래픽노블이거나 그림책은 아니지만 텍스트가 디자인된 책입니다. 우리나라 판은 레드닷 디자인 수상자인 임헌우님이 옮겼고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텍스트가 평범하게 있지 않고 닐 게이먼의 실제 강연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닐 게이먼이 2012년 필라델피아 예술대학 졸업식 연설을 옮긴 것입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만큼 이 연설을 좋아합니다. 이 두 연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대학교 졸업식 연설을 한 것 입니다.

이 책의 부제인 ’세상의 첫발을 내딛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조언’은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실하며 진부하지 않고 가슴 뛰도록 만드는 연설입니다. 이 책에는 스티븐 킹에게 닐 게이먼이 받은 조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책의 한부분으로 책의 뒷속지에 딱 하니 적혀 있습니다. 한 마디 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닐 게이먼의 필라델피아 대학교 졸업식 연설 실제 영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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